서울 신림동에 올해부터 그냥 지나가는 차량에 통행료를 받는 아파트 단지가 있습니다.
외부차량이 많아지자 화난 아파트 주민들이 결정한 건데요.
너무 야박하다는 외부인들 반발부터, 다 망하게 생겼다는 단지 내 상인들까지 주변이 난리가 났습니다.
김진이간다, 시작합니다.
[리포트]
서울 신림동의 한 아파트 단지를 찾았습니다.
[아파트 경비원]
통행료 2천원입니다
[김진]
안녕하세요. 통행료 내야 해요?
[아파트 경비원]
네.
[김진]
여기 공공도로 아니에요?
[서울 00 아파트 경비원]
공공도로가 아니고 사유지거든요.
새해 업무가 시작된 지난 2일부터 이 아파트 단지를 통과하려면 통행료 2000원을 내야 합니다.
[김진]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길을 지날 뿐인데 통행료를 내야 한다? 여러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최근 외부 차량에게 통행료를 받는 아파트가 하나둘 늘어가고 있습니다. 대체 통행료를 받는 이유가 무엇인지 주민들을 만나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 사이로 난 2차선 도로. 통행료 징수 소식에 첫날부터 실랑이가 이어졌습니다.
[아파트 경비원]
2천 원 내야 들어가요.
[아파트 방문객 A씨]
무슨 아파트가 이래?
[아파트 경비원]
이제부터 돈 내셔야 해요.
[아파트 방문객 A씨]
미친 ○들이지 이거)
[아파트 방문객 B씨]
방문 차량인데요?
[아파트 경비원]
2천 원 내시고 억울하면 관리사무소 가서 따지세요
[아파트 방문객 B씨]
야박하네. 이런 아파트 처음 봤네.
사실, 이 도로는 운전자들에게 지름길로 통하는 곳입니다.
심지어 마을버스도 다니고 있는데요, 아파트 정문에서 후문까지 단지 안 정거장이 4개나 있습니다.
이 아파트 단지의 후문 쪽에는 주택가가 있고, 정문 쪽에는 상습 정체 구간인 2차선 도로가 나있는데요, 아파트 정문을 기점으로 난곡터널까지, 단지 밖 2차선 도로를 이용하면 6분이 걸리지만 아파트 단지를 통과하면 단 3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1분 1초가 아쉬운 출퇴근 시간에는 더 큰 차이가 나다보니, 단지 안쪽 약 400미터 도로는 항상 차들로 붐빕니다.
[아파트 관리소장]
출퇴근 시간 러시아워가 돼서 큰 도로가 굉장히 막히니까 이쪽으로 빠져나가는 경우도 있고, 내비게이션에서도 최단시간으로 검색을 하면 이 길로 안내를 해준답니다.
그런데 통행료 징수 이후 아파트 상가들에게도 생각하지 못한 문제가 생겼습니다.
[아파트 상가 상인 A씨]
아니, 지금까지 25년 동안 아무 일 없었던 것 가지고 저렇게 하는 게 웃기잖아요.
[아파트 상가 상인 B씨]
싸움을 하면 (오히려) 줄을 쫙 서 있는단 말이야. 완전히 혼란된단 말이야. 저게 아까 나도 나가는데 한 20분 이상 걸렸지?
잇따르는 손님들의 문의 전화. 다른 일을 할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아파트 상가 상인 C씨]
일단 내고서 내려오세요. 해결한다고요. 2천 원 있으면 내고 들어오세요. 일단.
[아파트 상가 상인 C씨]
계속 전화 오고 난리예요. 2천 원 주차비를 빼줘야지 어떻게 해요?
상인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손님들 통행료 2천 원을 대신 내주고 있습니다.
[피디]
여기서 (환불) 받으신 거예요?
[상가 이용객]
네. 받았지. 2천 원. 그렇지 않으면 우린 올 수가 없죠.
아파트 주민들은 지난해말 세 차례 입주자 회의를 거쳐 통행료를 받기로 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
아파트 단지를 지나는 차량은 하루 2700대 가량, 그 중 입주민 차량은 1200대뿐입니다.
쉴 새 없이 드나드는 외부 차량 때문에 주민들은 각종 피해를 호소합니다.
[아파트 주민 A씨]
조금 늦게 오면 주차할 데가 없어요. 어떨 때는 진짜 양쪽에 가득할 때도 있었는데….
[아파트 주민 B씨]
목이 아파요. 차가 너무 많이 지나가니까…. 여름에는 문을 못 열어놔요. 매연 탓에.
민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구청도 개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유지다보니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입니다.
[관악구청 관계자]
지금은 중재의 범위도 벗어나 있는 것 같고 시행하고 나서 좀 추이를 좀 보고 나서 또 중재하든지…
소음과 매연, 주차난을 호소하는 입주민들. 그리고 멀쩡한 도로를 다니는데 왜 돈을 내야하냐는 외부 이용자들.
둘 사이의 갈등 속에 나온 통행료 2천 원이 또 다른 분쟁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김진이 간다의 김진입니다.